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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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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완벽한, 위태로운 ‌/ 이성휘 . 2015

  전시장 바닥에서부터 공중으로 가느다란 쇠못들이 이어져 올라가고 있다. 땜질이라도 하지 않고서는 이어지기 힘든 가느다란 못들의 연결이다. 세상의 모순과 역설의 꼭지점 위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잡고자 애쓰는 우리들을 나타낸 것일까? 정진욱은 작업에 사용하는 매체를 한두가지로 제한하지 않고, 그때 그때 떠오르는 개념과 주제에 의해 작업방식과 매체를 설정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개념미술의 방식이다. 사회 구성의 최소 단위인 가족에서부터 시작한 그의 사색은 개인과 사회,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서까지 이어진다. 대부분의 작업에는 생각의 시작점이 된 짧은 단상이 붙는다. 예컨대, 방충망으로 120 x 80 x 19 cm크기의 집을 만들어 공중에 매달아 놓은 < 집 알 수 없는 집 >(2015)에는 “생명이 태어나 시간을 보내고 자라며 자신의 세상을 넓히고 자신의 책임도 키우듯 자신의 무게도 커진다”라는 텍스트가 있다. 이 작업은 집의 물리적 공간을 축소하여 방충망으로 재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느끼는 불안이 사회로도 확장된다고 하는 작가의 생각이 깔려 있다. 즉 정진욱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으나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불안의 요소들, 그리고 완벽할 수 없는 가치관과 윤리, 폭력의 보편성 등에 대한 의문을 작업의 소재로 끌어들인다. < 자연스럽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 01~10 >(2015)은 나비, 거미, 쥐 등 동물 사체를 폴리에 집어넣어 동물 표본과 같은 형태로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인간이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의 생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존엄하게 여기지 않는 것에 대해 꼬집는다. 이러한 태도는 불교적 세계관 등 특정한 믿음에서 연원했다기보다는 모든 생명의 죽음에 대한 애도가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보편적인 윤리관에 의거하는 것으로 보인다. < 올바른 말 >(2015), < 비 의도적 폭력 >(2014), < 완벽한 >(2015) 등의 작업에서도 현재 정진욱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를 향하여 무엇보다도 윤리나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지는 편이다. 그러나 때로는 엄격함보다 유연함이 더 많은 가능성을 제시한다. 엄격한 반성적 성찰뿐만 아니라 유희나 유머 등 좀 더 유연한 사고를 그에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