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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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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어떤 것 ‌/ 권경환 . 2016

  내가 정진욱의 작업을 처음 본 것은 ‘스페이스 사루비아’에서 열린 한 그룹전에서 였다. 어딘가에 버려져 있던 녹슨 못을 엉성한 용접 기술을 이용해 거칠게 이어 붙인 작업이었는데, 그것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갤러리의 공간에 자리해 있었다. < 일반적 >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 작업은 사회적 부품으로써 사용되지 못한 것들의 무용함을 애도하는 작가의 생각으로 느껴졌다. 나는 얼마 후 정진욱의 포트폴리오를 보게 되었고, 아마도 그가 미술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도덕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진욱은 “내가 살면서 만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질문을 던진다.” 라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한다. 살면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는 숙고해야 할 문제이고 누군가에겐 그저 빨리 잊어야 하는 사건들, 또는 그것을 기억나게 하는 것들, 정진욱은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를 바라보면서 조금씩 그 문제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번 작업< 별의 틀 > 역시 그러한 바라보기를 통해 진행하였다. 그는 ‘별’이 가진 사회적 통념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요구되는 가치와 욕망에 대해 질문한다. 정진욱의 이러한 시선은 은유적인 별을 완성해가는 개인의 욕망으로 해석되고, 별들을 양산하는 모습을 한 거푸집 조각으로 연결된다. 또 < 별이고 싶었던 별들에게 >와 윤동주의 시 < 무얼 먹고 사나 >를 함께 보여주면서, 최면에 걸린 것처럼 모두 같은 이상을 좇는 한국사회의 모순과 개인의 정체성 없는 욕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양은 냄비에 생수를 끊임없이 끓이는 작업< 냄비 근성 >과 파라핀을 조각한 < 완벽한 >이라는 작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 완벽한 >에서는 파라핀을 조각하는 도구를 참여자에게 주고 완벽한 무언가를 만들게 주문한 후 그 결과물을 전시한 작업이다. 이것은 완벽한 어떤 것을 제작한 사람들의 시각 차이를 보여주면서, 사회적 통념으로서의 완벽함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한다. 이처럼 정진욱의 작업에서는 도덕적이거나 윤리적 가치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것은 그가 만들어낸 작품의 의미와 예술의 위치를 사회와 연결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자신의 의견이 작업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러한 고민은 정진욱이 바라보는 사회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자신의 이야기로 연결될 것이다. 그 이유는 정진욱이 뒤틀어진 가치와 모순들을 지속적으로 짚어내고 관찰하기 때문이다.

  나는 작가의 작업 제목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작업을 이해하기 쉽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그 의미를 확장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은 정진욱의 작업 제목을 다시 보고, 그의 고민을 이해해보는 것으로 마무리 하겠다.

< 누군가 >, < 사람이 사람이기 위해 >, < 긴장과 불안 혹은 기대 >, < 집 알 수 없는 집 >, < 일반적 >, 

< 올바른 말 >, < 위대한 것 >, < 자연스럽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 >, < 비의도적 폭력 >, < 냄비 근성 >, < 완벽한 >, < 별의 틀 >, < 별이고 싶었던 별들에게 >.